2021년 요소수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중국의 수출 규제 한 방에 전국 화물차가 멈춰 설 뻔했던 그날, 저는 뉴스를 보며 '이게 정말 전쟁이구나' 싶었습니다. 총 한 발 안 쏘고도 한 나라의 산업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소수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 전쟁은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중국 의존도 97%, 공급망이 무기가 된 시대-광물자원
우리나라는 공업용 요소의 97.7%를 중국에서 수입합니다(출처: 한국무역협회). 단일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 수입 품목만 3,940개인데, 이 중 절반인 1,850개가 중국산입니다. 여기서 공급망(Supply Chain)이란 원자재 조달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한 고리가 끊어지면 전체가 멈추는 구조죠.
저는 학창 시절 한국전쟁을 배울 때 단순히 '남한은 미국 편, 북한은 소련 편'이라고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미중 갈등을 보면서 전쟁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실감합니다. 미국이 중국 신장 제품 수입을 금지하고, 중국이 희토류 외국인 투자를 막는 상황. 이게 바로 21세기형 전쟁입니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 리튬의 중국 의존도는 83.5%에 달합니다. 제조업의 소금이라 불리는 마그네슘은 무려 99.8%를 중국에서 들여옵니다. 마그네슘은 자동차 차체와 항공기에 쓰이는 필수 소재로, 강도를 높이면서도 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경량화가 필수인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원자재입니다. 2020년 11월 톤당 2,185달러였던 마그네슘 가격이 1년 만에 2.5배로 뛰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경기도의 한 부품 가공 업체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기업 1차 협력사에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인데,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바로 단가를 못 맞춥니다. 다른 나라 제품을 쓸 수는 있지만 중국만큼 싸지 않아요. 이런 작은 회사들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상위 업체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로 2021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때 국내 자동차 공장 일부가 가동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정부는 비축 제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조달청은 전국 9곳의 비축기지를 운영하며 아연, 알루미늄, 구리 같은 비철금속과 리튬, 희토류 같은 희소금속 총 20만 톤을 비축 중입니다(출처: 조달청). 인천 비축기지만 해도 3만㎡ 부지에 4만 톤을 보관합니다. 가격이 안정됐을 때 사두었다가 위기 시 방출하는 방식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까지 희소금속 평균 비축량을 현재 두 배로 늘려 100일분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땅속 보물, 바나듐과 석회석의 재발견-자원독립
그렇다면 우리 땅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요? 강원도 정선 철광석 광산 지하 475m에서 발파 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1916년부터 이어진 이 광산은 여전히 가동 중입니다. 철광석은 조선,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의 기초 소재로, 국내 생산량은 사용량의 1%에 불과하지만 광산 개발 기술과 재련 기술 확보는 자원 위기 대응의 발판이 됩니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주목하는 광물이 바나듐(Vanadium)입니다. 원자번호 23번인 바나듐은 지각의 약 0.02%만 존재하는 희귀 광물로, 철의 강도를 높이는 합금 소재로 쓰입니다. 여기서 합금(Alloy)이란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을 섞어 더 강하거나 가벼운 성질을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바나듐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ESS란 전기를 대량으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신재생 에너지 확산에 필수적입니다.
국내 바나듐 함유 광석의 품위는 0.4
0.6%로, 중국(0.2
0.3%)보다 두 배 높습니다. 연구원이 확인한 매장량만 6~7만 톤입니다. 바나듐은 티타늄 철석과 자철광에 소량 섞여 있어 분쇄, 자력 선별, 열처리 등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추출됩니다. 900도 이상 고온에서 로스팅(Roasting)하는데, 이는 광석을 굽는 열처리 과정으로 화학 반응을 유도해 목적 물질을 분리하기 쉽게 만드는 단계입니다. 최종적으로 붉은 가루 형태의 바나듐 산화물(V2O5)이 나옵니다.
충북 제천의 석회석 광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석회석은 국내에서 자급자족 가능한 유일한 광물입니다. 시멘트, 철강, 제지, 유리, 도자기는 물론 치약과 소독제까지 3,000여 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고품위 석회석은 철강 제조 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용으로 필수입니다. 석회석을 1,000도에서 구우면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며 생석회가 됩니다. 생석회는 물과 섞으면 100도 이상 발열 반응을 일으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발생 시 소독용으로 쓰입니다.
한국석회석신소재연구소에서는 중품위 석회석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생석회를 물에 녹여 소화시킨 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합성 탄산칼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입자 크기와 형태를 조절해 용도별 맞춤 소재를 생산하는 거죠. 앞으로 자원 보호 정책이 강화되면 수입은 더 어려워질 테니, 지금 기술을 확보하는 게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정선에는 국가광물정보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시추암심(Core Sample)이 핵심입니다. 시추암심이란 지하 최대 800m 깊이에서 원기둥 형태로 뽑아낸 암석 샘플로, 지질 구조와 광물 분포 정보를 담고 있어 재탐사 비용(100억~3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1967년 이후 생성된 시추암심 길이를 합치면 3,700km가 넘지만 대부분 버려졌습니다. 지금이라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미래 산업이 필요로 할 광물 정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는 폐 하드디스크에서 희토류 자석을 회수하는 건식 공정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산이나 용매 대신 금속 화합물을 섞어 고온 화학 반응으로 희토류를 추출하는 친환경 방식입니다. 전기차 모터용 희토류 자석은 전체 성분의 30%가 희토류라 재활용 경제성이 높습니다. 군산의 한 업체는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튜을 95~96% 회수합니다. 2029년 국내 폐배터리는 7만9,000개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리사이클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저는 예전에 전쟁을 단순히 군사 충돌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원이 곧 무기라는 걸 압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공급을 끊으면 우리 산업은 멈춥니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을 겪고 호주와 협력해 공급망을 다변화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주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매장량 세계 2위 국가로 중국 의존도를 낮출 최적의 파트너입니다.
정부와 기업은 비축, 해외 투자, 자원 외교, 재활용 기술 개발 등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 인식입니다. 제품을 오래 쓰고, 다 쓴 뒤 재활용하는 것도 자원 독립운동입니다. 우리 땅에 매장된 광물을 찾고 기술로 가치를 높이는 일, 그게 바로 총성 없는 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