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처음에 한 나라의 분쟁이 단순히 그 나라 내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국제 뉴스를 꾸준히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 지역의 작은 충돌이 곧바로 에너지 가격, 환율, 외교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전쟁은 지리적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특히 강대국들이 복잡한 동맹 구조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의 개입이 자동적으로 다른 세력을 끌어들이는 연쇄 반응을 만들어냈습니다.

사라예보 사건이 보여준 동맹 구조의 위험성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차기 황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했습니다. 당시 보스니아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합병된 상태였습니다.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6월 28일은 과거 오스만 제국이 코소보를 점령한 치욕의 날이었고, 그날 새로운 지배자가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도발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대공 부부가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기회가 무려 네 번이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출발 전 암살 계획이 누설되었지만 무시되었고, 경호는 겨우 120명 수준으로 허술했습니다. 오픈카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암살자는 주저했고, 두 번째 암살자가 던진 폭탄은 빗나갔습니다. 시청 행사를 마친 후에도 일정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병원으로 가던 중 운전자가 잘못된 길로 우회전하면서 암살자 가브릴로 프린치프와 불과 2.5m 거리에서 마주쳤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동맹 자동 개입 조항(Automatic Intervention Clause)'입니다. 이는 동맹국 중 하나가 공격받을 경우 나머지 국가들이 자동으로 전쟁에 참여하도록 약속한 조약 조항을 의미합니다. 사라예보 사건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자, 세르비아의 동맹국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렸고, 러시아와 적대 관계인 독일이 개입했으며, 독일과 대립하던 프랑스와 영국이 연쇄적으로 참전하게 되었습니다(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실제로 저는 이 구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작동한다는 점을 최근 분쟁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무기 지원과 경제 제재로 사실상 참전하고 있고, 중동 분쟁에서도 이란과 그 동맹 세력들이 연쇄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100년 전 구조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 전쟁에서 나타나는 복합 전쟁 양상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처럼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닙니다. 경제, 기술, 정보, 외교가 결합된 '복합 전쟁(Hybrid Warfare)'의 양상을 보입니다. 복합 전쟁이란 정규군 작전, 사이버 공격, 정보 조작, 경제 제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현대적 전쟁 방식을 의미합니다. 과거처럼 전면전으로 시작하기보다 제재, 사이버 공격, 정보전, 무기 지원 등이 먼저 움직이며 갈등을 확대시킵니다.
제가 직접 관찰한 바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공중 드론부터 로봇 개까지 다양한 자율 무기가 등장했고, 초기에 우크라이나의 정밀 유도 무기가 러시아군을 압도하는 듯했지만 러시아는 곧 전자 간섭 기술로 이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는 전쟁에서 기술적 우위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의 대응 전략이 곧바로 뒤따른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대 전쟁의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의 혼재: 정규군, 용병 조직, 국제 자원봉사자가 함께 싸우는 구조
- 해상 분쟁의 재부상: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러시아 함선 20척을 격침시켰고,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상선을 공격하여 해상 무역로를 마비시킴
- 핵 억지력의 재등장: 러시아의 핵 위협, 중국의 핵무기 확대로 냉전 시대의 핵 균형 논리가 다시 등장
- 방위산업 경쟁의 심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이 방위산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공급할 탄약 생산에 어려움을 겪음
특히 저는 '억지력(Deterrence)'이라는 개념이 다시 부각되는 모습을 주목했습니다. 억지력이란 상대방이 공격할 경우 받게 될 손실이 이득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시켜 공격을 사전에 막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과거 9·11 이후 비국가 행위자를 상대로는 억지력이 작동하지 않았지만, 최근 러시아, 중국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는 다시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습니다(출처: 한국국방연구원).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미국과 이스라엘의 첨단 방공 시스템이 대부분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한 사례는 '거부 억지(Deterrence by Denial)' 전략의 성공 사례였습니다. 여기서 거부 억지란 상대방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반면 미국이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에 대해 "파국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처벌 억지(Deterrence by Punishment)'의 사례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부분에서 미국의 전략적 모순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 호주,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기지를 다변화하는 '회복력 억지(Deterrence by Resilience)'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조차 완전히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대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전선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전쟁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땅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사이버 공격, 경제 제재, 정보 조작, 동맹국 간 무기 지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장이 되었습니다. 사라예보에서 울린 총성 한 발이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듯이, 오늘날 한 지역의 작은 충돌도 글로벌 공급망, 금융 시스템, 외교 관계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군사적 준비만이 아니라 동맹 관계의 신중한 관리, 경제적 상호 의존성의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외교적 완충 장치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사라예보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이미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작은 사건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가 그때와 비슷한 긴장 구조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yKtrA_2y9Q / https://www.youtube.com/watch?v=s_BMqW9gkXQ